바로가기YTtrendAIHRD자동화논문영상리포트
관계 읽기노트 · 2026년 7월 8일

가까운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해

대표 이미지

보만 스님의 지식인사이드 인터뷰를 보며,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빨리 나누는 습관, 밖에서 참고 집에서 푸는 마음, 그리고 불편한 관계와 지혜롭게 거리를 두는 법을 메모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

이 영상에서 가장 오래 남은 말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분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분류를 너무 빨리 해버리는 내 습관 쪽이 걸렸다.

사람을 0점 아니면 100점처럼 보게 되면 판단은 빨라진다. 대신 관계가 가늘어진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남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점점 바깥으로 밀려난다. 문제는 그렇게 밀어낸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인지, 아니면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인지가 자주 섞인다는 데 있다.

보만 스님은 산을 예로 든다. 산에는 굵은 소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잔나무, 가시나무, 돌, 물, 벌레도 있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다 빼버리면, 그걸 더 이상 산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나무 위 수행자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화합은 의견이 만장일치되는 일이 아니다’라는 자막이 보이는 장면

화합은 모두가 같은 색이 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한 몸을 이루는 쪽에 가깝다.

밖에서는 참고, 가까운 사람에게 푸는 마음

영상의 제목은 가족에게 상처 주는 사람의 심리를 묻는다. 답은 복잡하지만, 출발점은 꽤 익숙하다. 밖에서는 인정받고 싶어서 참는다. 사회생활에서는 반듯하고 친절해 보이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렇게 쌓인 긴장과 분노가 집이나 약한 사람 앞에서 풀린다.

“사회 생활 아주 잘해요.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도 잘합니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 자기의 성질을 참고 잘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기는 힘들죠. 그 성질을 집에서 풀어요.”

이 대목은 가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일터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조심한다. 반대로 나를 떠나기 어렵거나, 내게 대항하기 어렵거나, 내가 함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경계가 무너진다.

그래서 이 영상의 질문은 “왜 가족에게만 못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정확히는 이런 질문에 가깝다.

나는 어디에서 가장 많이 참고, 어디에서 가장 쉽게 무너지는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노력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노력이 가까운 사람에게 떠넘겨지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관계의 비용을 엉뚱한 사람에게 청구하는 일이 된다.

100점을 살 필요는 없다

보만 스님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80점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데, 사람은 자꾸 남은 20점을 못 견딘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고, 더 인정받으려고 하고, 결국 속으로 썩어가는 부분을 만든다.

어두운 스튜디오에서 보만 스님과 진행자가 마주 앉아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면 손해보는 이유’라는 제목 아래 대화하는 장면

지나친 진지함은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관계를 딱딱하게 만드는 방식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가벼움은 무책임함이 아니다. 불이 났을 때는 소화기로 꺼야 한다. 그런데 “죽어도 꺼야 한다”는 마음으로 혼자 비장해진다고 불이 더 잘 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탄 것은 탔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면,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면 된다.

이 말은 업무에도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 회의에서 실수했을 때, 보고서가 틀렸을 때, 일정이 밀렸을 때, 우리는 문제를 고치는 것보다 “내가 왜 이랬을까”라는 자기처벌에 시간을 더 쓰곤 한다. 그런데 자기처벌은 품질관리와 다르다. 후자는 다음 행동을 바꾸지만, 전자는 분위기만 무겁게 만든다.

미안하다보다 고맙다

부모와 자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아이가 아직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라면, 반복되는 “미안하다”는 말이 아이에게 다른 메시지로 들릴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죄인처럼 느껴지고, 아이는 그 죄책감 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만 스님은 말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부족한 집인데 네가 이렇게 당당하게 커줘서 너무 고마워. 네가 이렇게 아름답게 웃어줘서 너무 고마워.”

이건 감정을 숨기라는 말이 아니다. 미안함을 고마움으로 번역하라는 말에 가깝다. “내가 부족해서 미안해”는 관계의 중심을 부모의 죄책감에 둔다. “그런데도 이렇게 자라줘서 고마워”는 아이가 이미 해내고 있는 것을 본다.

일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리더가 팀원에게 매번 “미안하다”고만 말하면, 팀은 그 미안함을 위로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반대로 “이 조건에서도 여기까지 해줘서 고맙다. 다음에는 이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하면, 감정은 인정하되 다음 조치가 생긴다.

불편한 관계는 무조건 견디는 게 아니다

영상 후반부에서 가장 실용적인 조언은 거리두기였다. 불편한 사람을 피하는 것을 비겁함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보만 스님은 “좋은 것을 찾지 말고 나쁜 것을 먹지 말라”는 말을 인간관계에도 붙인다. 좋은 관계를 억지로 많이 만드는 것보다, 나를 계속 망가뜨리는 관계를 줄이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물론 모든 관계를 쉽게 끊을 수는 없다. 가족, 직장, 동료, 거래처처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그럴 때 상대의 멱살을 잡고 “왜 나를 괴롭히냐”고 따지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분풀이다. 세상에는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고통도 있고,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하는 고통도 있다. 그 고통이 있다는 사실이 곧 내가 못나서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보만 스님이 ‘인간관계가 힘들 때 명심해야 할 몇 가지’라는 제목 아래 “그게 아니라 이 세상은 원래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관계의 어려움을 전부 내 결함으로 돌리지 않는 것. 거기서부터 거리를 둘 여지가 생긴다.

내 쪽으로 가져오면

이 영상은 착하게 살자는 말보다, 관계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 보라는 말에 가깝다. 밖에서 인정받기 위해 너무 많이 참고 있다면, 그 긴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봐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함부로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긴장의 배출구가 잘못 잡힌 것일 수 있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일은 크지 않다.

결국 관계를 잘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까이 둘 사람을 더 잘 가까이 두고, 거리를 둘 사람과는 덜 상하게 거리를 두는 일. 그리고 내 안의 진지함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딱딱함으로 전달되지 않게 조금씩 힘을 빼는 일이다.

원본 영상

원본 영상: 남한테는 잘하면서 가족에게만 상처 주는 사람의 심리ㅣ지식인초대석 EP.148 (보만 스님 2부) · 지식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