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은 실험할 수 있는 조직에서야 성과가 된다
논문 『Dynamic Capabilities for AI-Enabled Exploration: Antecedents, Mechanisms, and Innovation Outcomes』를 읽고
AI 도입을 성과의 원인으로 바로 놓지 않고, 감지 역량과 실험 역량을 거치는 조직 능력의 문제로 읽어본 논문 메모.
제일 먼저 든 생각
AI 도입 논의에서 가장 자주 생략되는 단어는 “도입”이 아니라 “전환”에 가깝다. 도구를 샀는지, 라이선스를 몇 석 열었는지, 직원이 얼마나 자주 쓰는지는 비교적 쉽게 보인다. 그런데 그 사용이 기존 업무를 조금 빠르게 하는 데서 멈추는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감지하고 실험하는 역량으로 이어지는지는 훨씬 늦게 드러난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사이를 보려고 한다. 저자들은 AI 채택(adoption)을 혁신 성과의 직접 원인으로 놓지 않는다. 대신 기술-조직-환경(TOE) 요인, 감지 역량(sensing capability), AI 기반 탐색(AI-enabled exploration), 혁신 성과가 단계적으로 이어지는지 묻는다. 실무적으로 읽으면 “AI를 쓰고 있다”는 말과 “AI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른 문장이라는 뜻이다.

AI 채택 자체보다, 조직 준비도와 기술 적합성이 감지 역량을 만들고 그 다음 탐색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는 구조다.
도입률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감지 역량이다
논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위 임원 2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분최소제곱 구조방정식(PLS-SEM)을 사용한다. 국가 주도의 디지털 전환이 강한 맥락에서, 기업이 AI를 운영 효율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탐색과 혁신에 연결할 수 있는지 살핀 것이다.
핵심 결과는 비교적 분명하다. 조직 준비도와 기술 호환성은 감지 역량을 밀어 올리고, 이 감지 역량이 AI 기반 탐색을 거쳐 혁신 성과와 연결된다. 반대로 정부 지원은 예상과 달리 감지 역량의 유의미한 예측 변수가 아니었다. 자원이 있고 정책 신호가 있어도, 조직 안에서 기회를 알아차리고 실험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논문 표현을 빌리면 다음 대목이 이 글의 중심이다.
“AI adoption is not a direct antecedent to performance but a multi-stage process…”
AI 채택은 성과의 직접 선행요인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업무 현장에서는 이 문장을 꽤 실용적으로 바꿀 수 있다. AI 교육을 했다, 계정을 열었다, 사내 챗봇을 붙였다는 것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 다음 질문은 “직원들이 무엇을 더 빨리 했는가”가 아니라 “이 조직이 전에는 보지 못하던 기회와 위험을 더 빨리 감지하게 되었는가”여야 한다.
경쟁 압력은 불안을 만들기도 하지만 실험의 촉매가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경쟁 압력(competitive pressure)의 역할이다. 논문은 경쟁 압력이 조직 준비도와 탐색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촉매로 작동한다고 본다. 준비된 조직이라도 외부 압력이 없으면 자원을 쌓아두기만 할 수 있고, 반대로 압력이 있을 때 그 준비도가 실제 실험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 결과를 모든 산업과 국가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표본은 특정 국가와 경영진 응답에 기반한다. 성과도 조직 내부의 응답과 모델링을 거쳐 해석된다. 그래도 업무 설계 관점에서 가져갈 질문은 남는다.
AI 전환을 추진할 때 조직은 흔히 세 가지를 따로 관리한다. 도구 예산, 교육 이수, 활용 사례. 그런데 이 논문식으로 보면 세 항목은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 다음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 기존 시스템과 AI 도구가 충돌하지 않고 붙을 수 있는가
- 구성원이 새 신호를 발견했을 때 실험으로 넘길 권한이 있는가
- 경쟁 압력이나 고객 요구가 실제 실험 주제로 번역되고 있는가
- 정부 지원, 컨설팅, 벤더 제안이 내부 감지 역량으로 흡수되고 있는가

원문 첫 페이지. 논문은 AI 도입을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의 관점에서 다시 배치한다.
내 작업에 붙이면
Deciflow식으로 옮기면, AI 도입 점검표는 “사용량”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팀이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했다면 월별 프롬프트 수보다 다음 기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첫째, 새로 발견한 업무 신호가 있었는가. 고객 문의, 내부 오류, 교육 요구, 평가 데이터에서 전에는 놓치던 패턴을 봤는지 기록한다. 둘째, 그 신호가 작은 실험으로 이어졌는가. 보고서 한 편으로 끝났는지, 아니면 업무 절차·대시보드·교육 설계 중 하나가 바뀌었는지 본다. 셋째, 실험 결과가 다음 탐색을 낳았는가. 실패했더라도 “무엇을 더 감지해야 하는지”가 남았다면 감지 역량은 자라고 있을 수 있다.
오늘의 작은 실험은 이렇게 잡을 수 있겠다. AI 도구 도입 현황표 옆에 감지한 새 기회, 실험으로 넘긴 항목, 다음에 확인할 신호 세 칸을 추가해보는 것이다. AI가 성과를 냈는지 묻기 전에, 조직이 AI를 통해 더 잘 알아차리게 되었는지부터 보자는 메모다.
원문 정보
- 제목: Dynamic Capabilities for AI-Enabled Exploration: Antecedents, Mechanisms, and Innovation Outcomes
- 저자: Thabit Atobishi, Saeed Nosratabadi
- 연도/게시일: 2026
- 게재/출처: arXiv
- arXiv: 2607.02645v1
- PDF: https://arxiv.org/pdf/2607.0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