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먼저 끊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첫 경력’이다
AI는 숙련자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지만, 청년에게는 숙련을 시작할 입문 일자리부터 줄일 수 있다. KBS 보도를 통해 자동화 시대의 경력 사다리와 직업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제일 먼저 든 생각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말은 너무 커서 오히려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직업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장면만 떠올리면, 아직 남아 있는 일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영상에서 더 마음에 걸린 것은 ‘첫 경력’이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숙련된 사람은 AI로 생산성을 높이지만, 이제 막 업계에 들어온 사람에게 맡기던 초안·검색·번역·기초 코딩 같은 일은 자동화하기 쉽다. 직업이 남더라도 초보자가 숙련자로 올라가는 계단은 줄어들 수 있다.
손으로 방향을 바꾼 스물네 살 기술자
영상은 인테리어 필름을 정교하게 재단하고 붙이는 김효진 씨의 작업으로 시작한다. 그는 디자이너를 꿈꾸며 미국 유학까지 준비했지만, 이미지 생성 AI를 경험한 뒤 진로를 현장 기술직으로 바꿨다고 말한다.
“그때 그림 그리는 걸 한번 써봤는데, 금방 대체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빨리 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직업을.”

이미지 생성 AI를 경험한 뒤 인테리어 현장 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꾼 김효진 씨. KBS News 영상 화면.
여기서 손기술이 영원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다. 영상에 등장하는 로봇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로봇 손은 사람 손만큼 가볍고 유연하지 않아 티셔츠 한 장을 개는 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이미지 합성이나 문서 초안처럼 디지털 공간 안에서 끝나는 일은 훨씬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사무직인가 현장직인가’가 아니라, 그 일이 현실의 복잡한 상황·몸의 감각·사람과의 소통·책임 있는 판단을 얼마나 요구하는가에 가깝다.
사라지는 것은 초보자용 일이었다
KBS 보도는 20대 작가와 통번역가 일자리가 1년 사이 20% 넘게 감소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0%, 디자이너는 7% 넘게 줄었다고 전한다. 이 수치 자체보다 더 중요한 해석은 따로 있다.
AI가 경력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대신, 청년이 들어갈 새로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숙련자는 AI가 만든 결과를 검토하고 고칠 수 있다. 맥락을 알고, 오류를 알아보고, 결과에 책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판단력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초안 작성과 단순 업무, 선배의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기업이 바로 그 입문 업무를 AI로 대체하면 비용은 줄어도 다음 세대의 숙련자를 만드는 과정까지 함께 없앨 수 있다. 영상 속 전문가는 이를 “경력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표현한다.
로봇의 가격은 내려가고, 사람의 시작 자리는 좁아진다
영상 중반에는 현대차 생산라인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등장한다. 56개의 관절, 최대 50kg 운반 능력, 반복 학습 능력뿐 아니라 생산량이 늘수록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까지 함께 설명된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56개 관절과 50kg 운반 능력을 설명하는 장면. KBS News 영상 화면.
보도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부품 분류부터 시작해 2030년에는 조립 단계로 업무를 넓힐 계획이다. 당장 모든 노동자를 교체한다기보다, 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로봇이 채우는 방식이 먼저 거론된다.
이 방식은 현재 고용된 사람에게는 비교적 완만해 보인다. 그러나 새로 취업해야 하는 청년에게는 다르다. 기존 노동자의 자리를 빼앗지 않으면서도 신규 채용의 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함께 일하면 된다”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 후반은 미국 조지아공대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도 취업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더라도 완전히 대체될 직업은 제한적이며,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라는 전망도 전한다.

AI 시대의 취업 전략을 고민하는 미국 공대 졸업생들을 다룬 장면. KBS News 영상 화면.
하지만 “AI를 잘 쓰면 된다”는 말만으로 경력 사다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도구 사용법뿐 아니라, 실제 결과물을 만들고 실패하고 피드백받을 수 있는 자리다.
기업은 신입에게 예전과 똑같은 단순 업무를 계속 맡길 수 없다. 그렇다고 신입을 뽑지 않으면 미래의 숙련자도 사라진다. 이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초보자가 검증·수정하며, 숙련자가 판단 기준을 가르치는 새로운 도제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내 쪽으로 가져오면
지역특화고와 직업교육을 설계할 때도 ‘유망 기술을 가르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겠다. AI·스마트팜·디지털육종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실제 기관과 기업의 문제를 맡아보는 구조다.
- AI가 만든 결과에서 오류를 찾는 훈련
- 현장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품질을 판단하는 경험
- 숙련자의 판단 기준을 말과 기록으로 전수하는 과정
- 학교 수업에서 현장실습, 채용, 후속교육으로 이어지는 경로
- 자동화로 절약한 비용 일부를 신입 육성에 다시 투입하는 약속
AI 시대의 인재양성은 단순히 AI 사용자를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입문 업무가 사라진 자리에도 사람이 숙련을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첫 단계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오늘의 결론
일자리의 미래를 묻기 전에 먼저 살펴볼 것은 첫 경력의 현재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통계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신입이 들어갈 문, 실수할 기회, 선배에게 배울 시간이 줄고 있다면 그 산업의 다음 세대도 함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반복 업무를 가져간 뒤에도 사람을 키우려면, 학습과 채용을 시장의 자연스러운 부산물로 두어서는 안 된다. 이제 경력 사다리는 의도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에 가깝다.
원본 영상
- 제목: [한눈에 경제] “금방 대체되겠다 싶었어요”…직격탄 맞은 청년들 / KBS 2026.07.20.
- 채널: KBS News